전세사기는 임차인의 전 재산과도 같은 보증금을 노리는 악질적인 범죄로, 그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수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는 단순히 금전적 손실을 넘어 주거 불안정, 정신적 고통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깁니다. 따라서 임차인 스스로 자신의 소중한 전세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계약 전부터 잔금 지급 후까지 금융 관련 정보를 철저히 확인하고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몇 가지 핵심 정보를 미리 알아둔다면 전세사기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1. 계약 전 필수 확인 사항 : 대출, 등기부등본, 세금 체납 여부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임차인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금융 정보는 바로 해당 주택의 권리 관계입니다. 이는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등기부등본 열람 및 분석
- 갑구 (소유권에 관한 사항) : 임대인(집주인)이 실제 소유자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신분증과 등기부등본 상의 소유자 정보가 일치하는지 대조해야 하며, 계약 당사자가 소유자 본인이 아닌 대리인일 경우 위임장(인감증명서 첨부)과 대리인의 신분증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소유권이 이전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매매 사기 후 전세 사기를 노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더욱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 을구 (소유권 외의 권리에 관한 사항): 근저당권, 전세권, 가압류 등 복잡한 권리 관계가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주택 담보 대출 등으로 인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근저당권은 대출 원금의 120~130% 수준으로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선순위 채권(근저당권 채권최고액 + 선순위 보증금)과 내 전세보증금의 합이 매매가의 70%를 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3억 원인 집에 근저당 1억 원이 있다면 (채권최고액 기준) 여기에 내 전세 보증금까지 더했을 때 집값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 등기부등본은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누구나 열람 및 발급이 가능하며, 계약 당일에도 다시 한번 확인하여 계약 직전에 권리 변동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확인
- 2023년 4월 18일 이후부터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국세(국세징수법), 지방세(지방세기본법) 체납액을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약 전에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국세 및 지방세 완납증명서를 확인하거나, 임차 개시일 전까지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해야 합니다.
- 임대인의 체납 세금은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보다 우선하여 변제될 수 있는 '우선 변제권'을 가지므로,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하고 있다면 계약을 재고하거나, 체납액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계약해야 합니다.
2. 계약 시점 및 잔금 지급 시 주의 사항: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확보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잔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임차인이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핵심적인 금융 및 법률 정보는 바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 취득
- 대항력 : 전세 계약 후 이사 당일(늦어도 잔금일)에 전입신고를 하고 **실제로 거주(점유)**를 시작하면 다음 날 0시부터 대항력이 발생합니다. 대항력은 임차인이 집주인이 바뀌어도 새로운 집주인에게 자신의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 확정일자 : 주민센터나 등기소에서 확정일자를 받으면, 전세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이 발생합니다. 이는 해당 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갔을 때, 후순위 채권자들보다 먼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전세사기 피해를 막는 가장 강력한 방패입니다. 계약 후 최대한 빨리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며, 전세 대출을 받는 경우 은행에서 확정일자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필수 고려)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서울보증보험(SGI) 등에서 운영하는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보증 기관이 대신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입니다.
- 특히 전세가율(전세가/매매가)이 높거나, 깡통전세 위험이 있는 경우, 혹은 임대인의 재정 상태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보증료가 발생하지만, 소중한 보증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가입 조건, 보증 한도, 보증료 등을 각 기관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하고 상담받는 것이 좋습니다.
- 임차인의 주거 형태 및 보증금 액수에 따라 가입 가능한 보증 기관이 다를 수 있으니 확인이 필요합니다. (예: HUG는 아파트, 다세대/연립주택 등, HF는 단독/다중주택 등)
- 잔금 지급 시 유의사항
- 잔금 지급은 가급적 임대인의 계좌로 직접 송금해야 합니다. 대리인 계좌나 법인 계좌 등으로 송금할 경우 추후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잔금 지급 시점에 다시 한번 등기부등본을 열람하여 새로운 권리 변동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잔금일 당일에 임대인이 추가 대출을 받는 등의 행위는 전세사기의 전형적인 수법 중 하나입니다.
3. 계약 후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정보 : 주기적 확인 및 전세 대출 관련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입주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전세 보증금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는 계약 기간 중에도 꾸준한 관심과 확인이 필요합니다.
- 주기적인 등기부등본 확인:
- 전세 계약 기간 중에도 주기적으로 등기부등본을 열람하여 권리 변동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몰래 추가 대출을 받거나, 주택을 매도하는 등의 변경 사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등기부등본 변동이 감지되면 즉시 임대인에게 문의하고 필요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 특히 임대인의 부동산이 다른 사람에게 매매되었다면, 새로운 집주인에게 기존 임대차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유지 여부 등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 전세 대출 상품의 종류와 이해
- 전세 대출은 크게 은행 자체 상품과 **정부 지원 상품(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등)**으로 나뉩니다. 정부 지원 상품은 금리가 낮고 조건이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주택의 종류(아파트, 다세대, 오피스텔 등)나 임대인의 요건(주택 소유 수, 보증 가입 여부 등)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미리 은행 또는 주택도시기금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 전세 대출 실행 조건에 보증보험 가입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대출 상담 시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하기 전에 대출 심사를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해당 주택의 권리 관계를 은행 측에서도 확인하므로, 대출 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기본적인 안전성을 은행에서도 검토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출 가능 여부가 곧 안전성을 100%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임차인 본인이 최종적인 확인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 계약 갱신 시 주의사항
- 전세 계약 만료 후 갱신할 경우에도 새로운 등기부등본을 다시 확인하고, 확정일자를 갱신 계약서에 다시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에 따라 계약 갱신 시 보증금 증액이 제한될 수 있으며, 이때도 임대인의 보증금 증액분이 적정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 전세가가 매매가를 초과하는 '깡통전세' 또는 역전세 위험이 있는 경우, 갱신보다는 이사를 고려하거나 보증금 감액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만약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등을 통해 보증금 회수를 위한 법적 조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전세사기는 개인의 불안정한 금융 지식을 파고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임차인 스스로가 위에서 언급된 핵심 금융 정보들을 숙지하고, 계약 전부터 후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만약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 법률구조공단,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소중한 보증금을 지키는 것은 임차인 본인의 관심과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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